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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느낌!

어려웠던 더 게임

설 연휴중 보게 된 영화 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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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바꿔치기 한다는 기묘하고도 독특한 설정으로 화제가 된 더 게임. 그러나 더 게임을 보고나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장면들로 뇌가 복잡할 것이다. 그 몇가지를 꼽아보자면 우선 강노식(변희봉)이 민희도(신하균)이 제안한 두번째 게임에 응한다는점, 강노식과 민희도의 관계의 비중, 더 게임은 실제로 행해졌는가? 하는 점이다.
감독의 의도가 실제로 관객을 이리도 혼란스럽게 하려했는지, 아니면 감독의 능력이 관객을 이렇게 혼란스럽게 할 수 밖에 없을정도로 부족한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추석 연휴 싸지않은 값을 지불하고 본 영화 더게임의 의문점에 대해 스스로 답을 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1. 강노식은 왜 민희도와의 두번째 게임에 응했는가?
민희도와 그의 삼촌, 그리고 강노식의 전처가 그리 치밀하지 못하게 세운 계략이 수포로 돌아간후 늙은 강노식의 몸을 가진 민희도는 자신의 젊은 몸을 가진 강노식이 있는 비밀금고로 찾아가 제발 자가와의 게임에 다시한번 응해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게임이라는 것은 특히 도박이라는 것은 서로가 내거는 조건이 비슷할 때만 성립하는 법인데 두번째 게임에서는 얼핏 이 게임이 전혀 성립될것 같지 않다. 젊고 싱싱한 육체는 이미 강노식이 차지한 상태이며 민희도는 돈도, 몸뚱아리도 없는 그야말로 절망만이 남겨진 상태이다. 그럴나 강노식은 이 성립되지 않을것 같은 게임에 응한다. 도대체 왜?
인간의 본성중의 한가지를 꼽으라면 절대로 빼 놓을 수 없는것이 바로 욕망이다. 부와 명예, ... 저마다 다르지만 사람들은 모두 제각각의 욕망을 가진 존재이며 그 욕망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영화 더 게임의 강노식은 바로 그러한 욕망을 가진 인간을 부각시키고 있다.
우선 강노식이 어떤 인간인지 살펴보자. 그는 거대한 사채회사의 회장으로서 엄청난 부를 거머쥐고 있으며 모든것을 다 가졌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도 만족되지 않았던 욕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젊음에 대한 욕망이다. 그리고 그는 그 욕망을 젊은 육체를 가진 자와 뇌를 바꿔치기 함으로서 실행하려고 하며 그 대상으로 선택된 인물은 가난한 화가인 민희도이다. 결국 그는 민희도에게 거액의 돈을 보여주면서 유혹하여 민희도를 게임테이블 위로 끌어들이게 되고 게임에서 승리함으로서 젊은 육체를 차지하게 된다.
이로서 모든것을 다 가지게 된 줄 알았던 강노식이지만 젊어진 강노식 역시 자신의 욕망을 모두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게임에서 승리하면서 자신의 엄청난 부를 유지하고 젊은 육체까지 차지한 그이지만 그는 외롭다. 외로움을 잊어보기 위해 클럽에서 돈을 뿌려가며 여자를 유혹하지만 그가 유학한 여자는 그의 목에 난 끔찍한 상처, 젊어진 육체에 대한 대가를 보고 질겁하며 그를 피해 가버리고 만다.
외로움에 빠진 강노식이 욕망하는 것은 이제는 자신의 옆에 있어줄 사람이며 그가 눈독들이는 것은 이제 이전에 민희도의 여자친구이다. 강노식은 그녀의 빚을 갚아주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민희도와의 추억을 이용하여 그녀의 마음을 얻어낸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민희도의 육체를 가진 강노식이 이전에 자기가 알던 민희도가 아님을 알게되고 그런 강노식을 거부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강노식의 욕망은 이제 또다를 게임을 통하여 채울 수 밖에는 없게 되는 것이며 이러한 욕망이 민희도와의 또다른 게임을 시작하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었다.

2. 강노식과 민희도의 관계의 비중
영화 중반쯤 강노식이 민희도와의 게임에서 승리하고 몸을 차지한후 그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끈 의사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그 의사는 강노식의 뇌가 민희도의 육체에 거부반응이 없음에 대하여
' 둘이 꽤나 깊은 관계가 있겠지요 '
라고 말하며 둘의 관계를 암시한다. 실제로 두번째 수술에 들어가기 전 의사는 강노식에게 민희도가 실은 강노식의 혈연임을 밝히고 강노식에 대한 자신의 복수를 실행한다.
그러나 뭐? 어쩌라구?
그 말을 들은 강노식은 눈물을 보이지만 그걸로 강노식이 이 일에 대하여 후회한다거나, 참회한다거나 하는것은 아닌것 같다. 그렇게 보기에는 그 장면의 비중이 너무나 적었고 순간적으로 지나갔다.
또한 둘이 혈연이라는 사실이 영화 전반의 사건에 영향을 주느냐 하면 그것은 더더욱 그런것이 없다. 둘의 게임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건에 둘이 혈연이라는 사실은 정말이지 조금도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럼 도대체 둘이 혈연이라는 것은 왜? 왜? 집어넣은것인가?
솔직히 정말 알 수가 없다.

3. 더 게임은 실제로 일어났는가?
영화의 후반부 두번째 수술장면후 민희도가 졸다가 깨어나는 장면에서 그의 모습은 게임이 있기전의 민희도의 모습과 같다. 머리에 수술자국도 없으며 행동도 민희도와 같으며 그의 여자친구가 그를 대하는 태도 또한 이전과 같다. 심지어 자판기 커피를 좋아하는 그의 취향까지 원래의 그와 같다. 그렇다면 그가 꿈을 꾼 것일까?
그러나 여자친구가 커피를 뽑으러 간 사이 담배를 빼어물고 성냥으로 불을 붙이는 모습은 강노식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두번째 게임의 승리로 민희도의 기억마저 빼앗은 것인가?
만약 기억마저 빼앗았다면 민희도의 모습과 민희도의 기억을 가진 강노식은 강노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게임이 일어났다면 민희도의 머리의 상처는 어디로 간것인가?
혹시 민희도의 두 자아가 꿈속에서 하나로 합쳐졌던것은 아닐까?
갖가지 상상을 다 해보면서 결국 마지막으로 생각해보게 되는것은 감독이 정말 '더 게임' 을 제대로 만든 것일까? 하는 점이다.

영화 더 게임은 사실 재미 없지는 않다. 변희봉과 신하균의 연기도 좋고 조연으로 나오는 손현주의 연기도 괜찮아 웃음도 전해주고 긴장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영화 전부를 보고 나니 의문만이 남고 도대체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만이 남았다.